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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코믹스 세계관의 새로운 히어로 등장을 알리는 영화


<원더 우먼>을 개봉 첫날 바로 보았습니다. 리뷰가 많이 늦었습니다. 

작년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 첫 등장하며 팬들을 열광시킨 바 있는데, 이번 첫번째 솔로 무비를 통해 그 열광적인 반응이 우연이 아님을 멋지게 증명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나왔던 작년만 해도 'DC가 언제나 마블에 필적할까' 생각 했었는데, 그 생각을 불과 1년 만에 재고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대중에게 새로운 주인공을 소개하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첫번째 덕목은 처음 만나는 주인공의 매력에 대중이 매료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원더 우먼>은 최상급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의 매력이 압도적입니다. 

이는 영화가 인물의 기원과 성장, 세상에 대한 자각과 변화의 과정을 정직하게 찬찬히 다루는 부분입니다. 영화의 서두를 여는 아마존 부족 세계의 면면부터 매력을 보여줍니다. 오직 여성으로만 구성된, 그러면서도 남성중심 사회 이상의 당당함과 강함, 단호함을 자랑하는 아마존 세계의 모습은 지금껏 판타지나 슈퍼히어로물에서 만나지 못한 이색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세계관이라 호기심과 호감을 원없이 자아냅니다. 이런 세계에서,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나 자란 주인공에게 호감 가지 않기란 어렵습니다. 



<원더 우먼>의 주인공 다이애나(갤 가돗)는 보통 사람들이 봤을 때 분명 이방인이지만, 결코 우스꽝스럽게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마블 유니버스에 빗대어 본다면 현실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불로의 히어로들 중에서도 일면 '빙구미'가 돋보였던 토르보다는 진중한 캡틴 아메리카에 가까운 셈이죠. 


다이애나가 인간 세계에서 겪는 문화 충돌이 비중있게 그려지지만 이는 일시적 유머 코드로 휘발되는 대신, 당대의 세계관과 긴밀히 연결됩니다. 옷차림부터 조직 체계, 참정권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신체적, 사회적 활동을 제한하던 당대 서구 사회와 행동하고 활동하는 여성으로 당연히 살아온 다이애나의 충돌은 웃기고 신기한 걸 넘어서 현대 사회에도 뼈 있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솔로 무비에서 보여주는 원더 우먼의 첫 인상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가 보이는 인간과 그 세계에 대한 순수한 애정 때문입니다. 대단히 이상적이지만 진지하고 올곧은 사고관이라 웃기지 않고 우아해 보입니다. 전쟁이라는 늪 안에서 인간들이 서로의 생명을 해하는 지옥같은 1차 세계 대전의 풍경 속에서, 제한된 능력만큼 구할 수 있는 생명과 포기해야 할 생명을 구분지을 수 밖에 없는 인간들 위로 하고 '모두 다 구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며 적진 앞으로 돌진하는 그녀의 모습은 잠시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냅니다.



영화는 배경이 되는 1차 세계 대전의 엄혹한 장면들을 때로 건조하고 황량하게 보여주는 한편, 그 세계를 관통하는 원더 우먼의 순수한 신념을 존중어린 시선으로 그립니다. 그렇게 구현된 원더 우먼의 모습에 '우리가 왜 슈퍼히어로에 열광하는가'라는 장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까지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의 유한함으로 생겨나는 세계의 상흔들은 빠짐없이 치유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존재이기에, 현실의 물리적, 정서적 벽을 넘어서는 기적을 영화에서라도 만나고 싶기 때문에 우리가 슈퍼히어로라는 존재에 열광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걸, 원더 우먼을 통해 느끼게 됩니다. 



그런 아우라를 풍기는 히어로의 액션에 눈과 귀를 뺏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성 감족이 연출한 여성 히어로 영화'인 '원더 우먼'은 파워풀한 액션 장면들을 유감없이 구현합니다. 원더 우먼 다이애나 역의 '갤 가돗'은 힘과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신체 연기로 액션 장면의 매력도를 한껏 끌어올립니다. 확신에 찬 얼굴과 따뜻하고도 시원한 미소가 곁들여지며 등장할 때마다 관객을 매료시킵니다. 


다이애나의 상대역인 스파이 '스티브 트레버' 역의 '크리스 파인'은 다이애나의 도움을 받는 동시에 다이애나의 변화와 성장에 일조하는 인물로서 유쾌하면서도 인간적이고 진실한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지금은 다이애나를 키운 아마존의 두 여인의 히폴리타(코니 닐슨)와 안티오베(로빈 라이트)의 절제된 카리스마도 초반부 영화의 세계관에 몰입케 하는 중요한 역활을 합니다. 



마블의 독주 속에서 힘겹게 보조를 맞추는 듯 했던 DC의 행보가 이번 '원더 우먼'의 등장으로 완전히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상, 현실, 인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마블 히어로들과 확연히 구분되던, 이상, 철학, 정의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던지던 과거 DC 히어로들이 돌아올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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